지네산의 산신(화성시)

 지네산(덕목리 보금산이라고도 불림)은 왜적이 침입했을 때 주민들이 산으로 피신하여 싸우던 중, 위기에 몰리자 갑자기 산 아래에서 거대한 지네들이 나타나 독을 내뿜어 왜적을 물리쳤다는 이야기입니다. 이 지네들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마을을 지키는 산신이자 수호신의 성격을 가진 신령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주민들은 지네산에 산제를 지내며 이 산신의 보호를 기원해 왔습니다.

 

지네산

지네산 전설

 옛날, 임진왜란 무렵 왜적이 육포(六浦)라는 포구를 통해 이 지역을 침입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급히 지네산 꼭대기로 피신했고, 산 아래에서 왜적과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주민들은 산성처럼 돌을 쌓아 방어하고, 돌을 굴려가며 저항했지만, 적의 수가 많아 점점 밀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갑자기 산 아래에서 엄청난 수의 지네들이 나타나, 입에서 독을 내뿜으며 왜적을 공격했습니다. 독기와 함께 짙은 안개가 산을 뒤덮자, 왜적들은 혼란에 빠졌고 방향을 잃었습니다. 아군은 이 틈을 타 반격에 나섰고, 결국 왜적은 패주하게 됩니다. 일부 전승에서는 보금산에서 환하게 불빛이 비쳐 왜적이 대병력이 있는 줄 착각해 퇴각했다는 이야기도 함께 전해집니다15.

전설에 따르면, 이 지네들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마을을 지키는 산신이자 수호신으로 여겨집니다. 실제로 이화1리 덕목동 주민들은 지네산에 산제를 지내며 산신의 보호를 기원해 왔습니다. 또한, 우정면 화산리 사금말(사기말)에서는 패배한 왜적 백여 명을 굴에 가두고 불을 질러 죽였다는 이야기도 남아 있으며, 그 굴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전해집니다.

 

 

지네산 전설은 마을 공동체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연과 신령한 존재의 도움을 받아 극복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마을을 지키는 산신에 대한 믿음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한국 민속 신앙의 정서도 잘 드러나 있습니다.

 

지네산 전설

지네산 전설의 역사적 사실

 지네산 전설은 단순한 신화가 아니라, 실제 임진왜란 당시 왜적의 침입, 주민들의 피난, 산성 방어, 그리고 전사한 무관들의 무덤 등 역사적 사실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전설 속 굴(왜적을 가두고 불을 질렀다는 장소)과 무관의 묘 등은 설화의 신빙성을 높여주며, 마을의 역사적 정체성과도 연결됩니다

 

전설속 굴

우정면 화산리 사금말(사기말)에서는 패주한 왜적 백여 명을 산 아래 굴에 몰아넣고, 나뭇등걸로 입구를 막은 뒤 불을 질러 모두 죽였다는 이야기가 남아 있습니다. 이 굴은 단순한 자연 동굴이 아니라, 전쟁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과 전설이 결합된 장소로 여겨지며, 마을에서는 이 굴을 ‘지네산 굴’로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로 굴의 흔적이 남아 있다고 전해지며, 이는 마을의 집단적 기억과 결합되어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무관의 묘

지네산과 주변 지역에는 임진왜란 등 전란 시기에 지역을 방어하다 전사한 무관(무사)들의 무덤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특히 육포 일대에는 해안을 지키던 군부대 소속 무관들이 왜적과 싸우다 산화했으며, 이들의 무덤이 집중적으로 조성되었습니다. 실제로 무덤 주인을 조사해보면 모두 무관 신분으로 확인된다고 전해집니다. 이 무관의 묘들은 단순한 개인의 무덤이 아니라, 지역을 지키다 산화한 이들의 희생과 용기를 기리는 역사적 상징물로 남아 있습니다.

 

 

결론

 경기도 화성시 지네산 전설은 마을을 위협하는 외부의 적(왜적)이 등장했을 때, 평범한 곤충인 지네가 산신이자 수호신으로 변모해 마을을 구원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전설은 단순한 민간 신앙을 넘어, 자연과 인간, 신령한 존재가 조화를 이루며 공동체를 지킨다는 한국 민속의 핵심 가치를 담고 있습니다.

지네는 초월적 존재로서 선(善)을 상징하며, 외부의 악(惡)을 물리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권선징악의 메시지와 함께, 마을의 정체성과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상징적 설화로 기능합니다39. 실제로 산제 등 신앙 행위로 이어지며, 오늘날까지도 지역 주민들의 문화와 자부심의 일부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지네산 전설은 위기 속에서 자연과 신령, 인간이 힘을 합쳐 마을을 지켜낸다는 희망과 연대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야기입니다.